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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구약 성경

창세기 34장 주해

by 보통목사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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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34:1-31

<속이>는 이야기, <속이>타는 이야기

-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디나의 속 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

 

 

1. 맥락 파악하기

본문은 창세기의 야곱 이야기 중에 속해있다. 야곱의 이야기 중에 본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서 망원경으로 보기도 하고 돋보기로도 보겠다.

 

1) 망원경 보기 : 25-36장에서 34장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A. 프롤로그 : 야곱과 에서의 탄생 25:19-26

B. 서막 : 장자명분(에서를 기만하는 야곱) 25:27-34

C. 야곱 부모와 가나안인(블레셋) : 충돌과 화친 26:1-35

D. 분열 : 이삭과 에서, 야곱과 리브가 그리고 축복기도 27:1-46

E. 야곱의 도주 : 가나안 땅을 떠나 하란으로 28:1-22

F. 야곱의 타향살이 : 늘어나는 식구 29:1-30:24

G. 귀향 결심 : 부자가 된 야곱 30:25-31:16

F'. 라반을 떠나는 야곱 : 도망, 추적 그리고 화해 31:17-32:2

E'. 야곱의 귀향 : 하란땅을 떠나 가나안으로 32:3-32

D'. 만남 : 야곱과 에서의 만남/화해 33:1-20

C'. 야곱 자녀들과 가나안인(세겜족) : 충돌과 싸움 34:1-31

B'. 대단원 : 하나님과 야곱의 축복 35:1-15

A'. 에필로그 : 35:16-36:43

 

야곱의 이야기가 귀향을 결심하는 G를 중심으로 해서 교차 대구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오늘 우리가 보게 될 본문 34장은 26장에 나오는 이삭과 아비멜렉과의 충돌과 화친의 이야기와 대구 된다.다른 점이 있다면 C의 이야기는 화친으로 끝나지만, C'에서는 싸움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비슷한 전개이고, 비슷한 상황이지만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Composition과 Performing 작업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 망원경 보기 : 26-35장에서 34장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야곱이 거쳐 간 지명들을 근거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브엘세바 26:23-28:9

벧엘 28:10-22

하란 29:1-31:16

갈르엣 / 미스바 31:17-32:1

브니엘 32:4-33

세겜 33:18-34:31

벧엘 35:1-15

에브랏 35:16-20

에델망대 35:21-26

마므레 35:27-29

 

이 본문은 하나님을 만났던 브니엘과 다시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벧엘 사이에 있는 세겜에서의 이야기이다. 브니엘과 벧엘에서의 이야기는 모두 하나님과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이 세겜에서의 이야기는 참혹하고, 처참한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고, 세겜에서의 이야기가 전체 야곱의 이야기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개를 통해 알아보겠다.

 

3) 돋보기 보기 : 26장과 34장의 비교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26장과 34장은 서로 비슷한 구성을 띄고 있다.

구분 26장 34장
갈등의 대상 블레셋 세겜족
갈등의 이유 이삭이 자신의 아내 리브가를 누이라고 속여 아비멜렉이 리브가를 취할 뻔 함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를 강간함
갈등의 결과 리브가를 놓아주고, 화친을 맺음 야곱의 아들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의 사람들을 죽임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으나, 전혀 다른 결말로 끝이 난다. 26장에서는 갈등의 대상이었던 블레셋 사람들과 브엘세바에서 화친을 맺는 반면에 34장에서는 세겜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두 이야기의 다른 결말을 가지고 왔을까? 앞으로의 전개를 통해 알아보겠다.

 

2. 본문 읽기 (개역개정)

이제 창세기 34장의 본문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우리 조는 앞에서 따로 본문의 어휘를 조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본문 읽기에 꼭 필요한 어휘들만 쓰기 위해서이다. 본문 읽기를 통해 중요 어휘, 혹은 중요 표현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겠다.

 

1절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

1)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 디나가 주어로 등장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본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나에 대한 설명인데, 바로 레아에게서 낳은 딸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곱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레아는 라헬에 비해 야곱의 사랑을 덜 받는다. 디나에 대한 다른 어떤 설명도 없고, 레아의 딸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마 이후에 디나에 대한 야곱의 무관심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 디나가 : 이 본문은 디나의 이야기이지만, 디나가 주어가 되는 본문은 이 구절이 전부이다. 디나가 강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본문 이후에 어디에도 디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2절 히위 족속 중 하몰의 아들 그 땅의 추장 세겜이 그를 보고 끌어들여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1) 그 : 히브리 원어로 “한나아르”로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인을 뜻하는 말이다. 세겜은 디나를 보고 성적으로 반하여 그를 범한 것이다.

2) 끌어들여, 강간하여, 욕되게 : 강제적으로 붙잡고 눕히고 욕되게 한 것이다. 2절까지는 디나에게 한 행동이 명백한 범죄이고 강간이었음을 고발하고 있다.

 

3절 그 마음이 깊이 야곱의 딸 디나에게 연연하며 그 소녀를 사랑하여 그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1) 그 소녀 : 디나를 표현하는 히브리어가 총 세 가지가 나오는데, 그중 두 번째가 소녀라는 말로 히브리어로 “엘레드”이다. 순결한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 사랑 : 2절과는 상반되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세겜은 디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다말을 강간했던 암논이 그녀를 아주 혐오한 것과는 달리(삼하 13:15-17) 세겜은 디나를 사랑하고 위로했다. 세겜은 정식으로 디나와 결혼하고자 한다.

 

4절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청하여 이르되 이 소녀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하였더라

1) 그 소녀 : 세겜은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디나를 소개할 때, 소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속임>의 이야기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세겜은 디나를 자신이 강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하몰에게는 소녀로 소개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덮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2) 내 아내 : 디나를 뜻하는 마지막 단어가 나온다. “이샤”라는 단어로 아내를 뜻 한다. 세겜은 아버지에게 소녀를 자신의 아내로 삼기 원한다고 말한다.

 

5절 야곱이 그 딸 디나를 그가 더럽혔다 함을 들었으나 자기의 아들들이 들에서 목축하므로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하였고

야곱은 세겜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한 사랑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더럽혀진 소식을 들었다.

야곱은 자신의 딸이 더럽힘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본문의 제일 마지막 절에 나오는 행동과는 대비된다. 1절에서 살펴보았지만, 레아에게서 낳은 딸이라는 이유로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여러 정치적인 상황들 때문에 침묵하는 것일 수 있겠다. 분명한 것은 야곱은 아버지로서 디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7절 야곱의 아들들은 들에서 이를 듣고 돌아와서 그들 모두가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야곱의 딸을 강간하여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 곧 행하지 못할 일을 행하였음이더라

야곱의 아들들이 돌아와서 들은 소식은 “느발라”였다. 이 말은 굉장히 역겨운 짓, 해서는 안 될 짓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이러한 소식을 들은 아들들은 근심하고 심히 노했다.

 

13절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속여 대답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그 누이 디나를 더럽혔음이라

세겜에게서 속임을 당한 하몰은 아무것도 모르고, 야곱에게 결혼을 요청한다. 어떤 조건이어도 디나를 아내로 맞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야곱의 아들들의 반응은 <속임>이다. 속이는 이야기가 또 나온다.

 

17절 너희가 만일 우리말을 듣지 아니하고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우리는 곧 우리 딸을 데리고 가리라

야곱의 아들들은 그들에게 할례를 행하면 디나를 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나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나 자신이 계약의 조건이 되어있는 지금, 디나의 말이나 행동이나 묘사는 아무것도 없다. 디나가 함께 왔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23절 그러면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그들의 모든 짐승이 우리의 소유가 되지 않겠느냐 다만 그들의 말대로 하자 그러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하리라

하몰과 세겜은 그의 땅에 돌아가서 성읍 사람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말하는 중에 하몰과 세겜의 또 하나의 <속임>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야곱의 재산을 모두 빼앗으려는 의도이다. 하몰과 세겜은 또 하나의 속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25절 제 삼일에 아직 그들이 아파할 때에 야곱의 두 아들 디나의 오라버니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가서 몰래 그 성읍을 기습하여 그 모든 남자를 죽이고

26절 칼로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을 죽이고 디나를 세겜의 집에서 데려오고

27절 야곱의 여러 아들이 그 시체 있는 성읍으로 가서 노략하였으니 이는 그들이 그들의 누이를 더럽힌 까닭이라

야곱의 아들 중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이 거주하는 성읍에 들어가 모든 남자를 죽인다. 야곱의 아들들이 <속이고>, 하몰과 세겜이 <속아> 많은 사람들이 죽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세겜마저 죽임으로 자신의 동생 디나를 과부로 만들어 버린다. 26절에 보면 세겜의 집에서 디나를 데려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에도 속 타는 디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남편이 오빠들의 칼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집에서 끌려 나오는 디나의 애타고 속 타는 마음 말이다.

 

30절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에게 이르되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디나의 강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야곱이 자신의 안위에 관한 소식을 듣자마자 반응을 한 것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집이 다 멸망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28장과 32장에서 하나님께 받은 약속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딸의 안위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야곱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31절 그들이 이르되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 같이 대우함이 옳으니이까

이에 대한 아들들의 대답은 당당하다. 자신의 누이를 범한 것에 대한 정당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신의 딸 대신에 우리 누이라는 표현은 가족 내에 존재하는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레아와의 사이에 여섯 아들과 딸인 디나를 낳는다. 야곱은 이들에게 무관심하다. 요셉 이야기에서 야곱이 요셉과 베냐민에 대해 보여 준 총애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이 34장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한 차례도 없음

34장의 비극적인 본문에서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말씀하시는 부분도, 야곱이 하나님을 찾는 부분도 없고 오직 야곱과 그의 아들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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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position

Ⅰ. 디나의 이야기 34:1
Ⅱ. 남자들의 이야기 : 디나를 두고 속고 속이는 이야기 34:2-31
  A. 세겜에게 <속고> : 세겜은 하몰에게 <소녀>라고 속임 34:2-4
  1. 디나를 강간한 세겜, 디나를 사랑한 세겜 34:2-3
  2. 세겜에게 속은 하몰 34:4
  B. 세겜을 <속이는> : 할례를 행하면 디나를 주겠다고 <속임> 34:5-31
  1. 디나 강간에 대한 야곱의 반응 34:5-7
  2. 디나를 두고 한 속고 속이는 거래와 흥정 34:8-29
  1'. 야곱의 아들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야곱의 반응 34:30-31
     

 

4. Performing : 단락과 단락 사이 묻기

 

1) 이 본문은 크게 1절과 2-31절로 구분할 수 있다. 주어를 통해 구분할 수 있는데, 1절에만 유일하게 디나가 주어로 나온다. 디나의 이야기에서 디나를 주어로 하는 본문이 31절 중에서 1절에만 그친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이다. Ⅰ단락은 한 절뿐이지만, Ⅱ단락은 30절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만큼 이 한절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디나가 주어로 나오는 본문이 단 1절이지만 나머지 30절과 견줄만한 비중이 있는 것이다. 디나는 단 1절에만 주어로 등장하고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을 놓고 흥정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어떤 말과 행동도 하지 않는다. 본문의 구조를 통해서 디나의 속 타는 마음과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이 강간을 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디나의 소리 없는 외침은, 그 어떤 외침보다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2) Ⅱ단락의 이야기들은 속고 속이는 처참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먼저 A는 세겜에게 <속는> 하몰, 세겜이 <속이>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디나를 성적인 매력을 느껴 강간한 세겜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디나를 소개할 때는 소녀라고 속여 말한다. 다신 말하면, 디나는 순결한 소녀라는 말이다. 장차 이 속임의 행위가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 단락에서도 역시 디나의 <속이> 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을 강간했던 세겜이,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소녀>라고 속여 말할 때의 디나의 <속>은 정말 타 들어갔을 것이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마디의 침묵이 이런 디나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3) Ⅱ-A-2 : 세겜에게 속은 하몰은 야곱에게 찾아가 정식으로 결혼을 제의한다. 디나에 대한 어떤 사과나 설명이 없는 이유는, 하몰은 세겜에게 속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들이 <소녀>인 디나와 결혼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4) Ⅱ-B : 본격적으로 속고 속이는 비극의 사건이 벌어진다. A가 세겜이 속인 이야기라면, B는 세겜이 속는 이야기이다.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사용해서 세겜을 속이게 된다. 할례를 받으면 디나를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디나를 놓고 거래가 시작된다. 하지만 역시 이 본문에서도 디나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는 남자들의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5) Ⅱ-B-1 / Ⅱ-B-1’: 1과 1’는 야곱의 반응으로 대칭을 이룬다. 1에서 야곱은 디나의 강간 소식을 듣고도 침묵을 지킨다. 아무런 반응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1’에서 야곱은 드디어 침묵을 깨고 반응을 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안위와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겜의 성읍들의 남자들을 죽임으로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해를 입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야곱의 걱정을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야곱에게는 아브라함 때부터 받은 하나님의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의 모든 소유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절의 야곱 아들들의 반응 또한 정당하다. 우리 누이를 창녀 같이 대우함에 대한 사람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의 말은 어쩌면 모두 정당한 말일 수 있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야곱의 행동도 야곱의 아들들의 행동도 정당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비참함으로 끝나는 이유는 바로 <하나님이 계시지 않음>에 있기 때문이다. 본문 읽기에서도 언급했듯이 34장의 이야기 가운데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개입하시지도, 하나님을 찾지도 않는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로 행동을 했더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얼마나 비참한 결말로 이어지는 지를 보여준다. 아브라함과 이삭도 이런 속이는 이야기들이 있어 왔었다. 자신의 아내를 누이로 속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속임의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축복으로 끝났던 이유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었다. 디나의 철저한 소외는 어쩌면 하나님의 소외를 떠오르게 한다.

 

6) Ⅱ-B-2 : 디나를 두고 벌이는 속고 속이는 흥정의 사건이다. 먼저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행하면 디나를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속임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세겜과 하몰의 마음에 야곱의 소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속임이었다. 그들은 성읍의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그들의 모든 소유가 자신들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자신(세겜) 가축과 재산과 모든 소유를 빼앗기게 된다. 시므온과 레위는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비극적인 속고 속이는 이야기 속에도 역시, 디나의 소리는 빠져있다. 본문은 어쩌면 이런 디나의 완벽한 침묵을 통해서 더욱 디나의 아픔과 마음을 드러내려는지 모른다. 야곱과 그의 아들들, 그리고 세겜과 하몰의 끊임없는 <속이>는 말들은, 디나의 <속> 타는 마음을 더욱 드러나게 한다.

 

4. 디나를 변호하라!

 

1) 속고 속이는 34장에 하나님이 없다!

디나를 변호하기에 앞서,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34장에는 하나님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하나님께 묻지도 않는다. 하나님이 잊힌 것이다. 하나님이 없는 이스라엘이 얼마나 처참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말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인생에서도 이러한 위기의 순간들은 있었다.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변함없이 하나님께서 개입하심으로 위기가 축복이 되는 역전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34장의 결말은 그 어떤 사건들에 비해 처참하고 참혹한 결말을 맺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느 누구도 정당하지 않은 이유는 없었다. 세겜이 디나를 강간한 것은 정말 큰 잘못이었지만 세겜은 디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고자 한다. 디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이다. 강간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결혼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하몰은 어떤가? 하몰은 세겜의 말만 듣고 디나가 소녀인 줄 알았고, 정식으로 결혼을 제의했다. 또 야곱은 어떤가? 야곱이 보인 반응은 그의 상황에서 보았을 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에게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곱의 아들들도 자신의 누이를 창녀 취급한 세겜을 용서할 수 없었다. 각각의 사람들의 행동의 이유는 어쩌면 정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의 비극으로 끝난 것은, 바로 그 안에 하나님이 없기 때문이다.

 

2) 속이는 이야기 속에 있는 디나의 속 타는 이야기

본문은 끊임없이 남자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세겜이 하몰을 속이고,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을 속이고, 세겜이 또 야곱을 속이려 하는 복잡한 이야기 속에 디나의 이야기는 단 한 절밖에 없다. 이 본문을 여성 신학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디나의 소외가 남성 중심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성서의 오류라고도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도리어 이러한 성서의 소리가 디나의 아픔을 더욱 잘 변호해 주는 것이라 본다. 속고 속이는 난잡한 이야기 속에서 본문은 디나를 보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난잡하고 더러운 이야기 속에서 디나를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본문의 맥락을 살피고, 구조를 살피고, Performing을 하면서 디나의 <속> 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고요한 침묵이 우리의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디나의 침묵은 도리어 디나의 외침을 극대화시켜 주고, 남자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들이 디나의 속 타는 마음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이다.

 

성서는 이런 디나를 잘 변호해 주고 있다.

 

하나님의 <없음>과, 디나의 <침묵>

아마 하나님은 디나와 <함께> 우셨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1. 천사무엘,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00주념 기념 성서주석 : 창세기2』, 2001, 대한기독교서회

2. Wenham, Gordon J 저, 『창세기 2』, 박영호 옮김, 2001, 솔로몬

3. 목회와 편집부 엮음, 『창세기 :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2003, 두란노

4. 왕대일, 『구약신학』, 2010, 감신대성서학연구소

5. 옥스퍼드 원어성경대전<창세기>, 성서교재(주)

6. 유진 피터슨, 『메시지 : 모세오경』, 2011, 복 있는 사람

7. 왕대일, <세계의 신학> 다시 읽는 야곱-에서 이야기, 한국기독교연구소, 1991, pp. 75-76

8. 송봉모, <신학과 철학> 디나가 성폭행당한 사건에 대한 심층분석, 2003

9. 홍경원, <신학사상> 해석의 윤리-창세기 34장의 디나 이야기 읽기, 2008년 가을, pp.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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