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마빈(Marvin) _ 보통목사
1. 더 커지고 싶은 마빈
“조금만 더 커지고 싶어!”
조지프 테오발드(Joseph Theobald)의 어린이 동화 『더 커지고 싶어』(원제 : Marvin Wanted MORE!, 2003)에 나오는 주인공 마빈(Marvin)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입니다.
동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초원을 놀이터 삼아 즐겁게 놀고 있는 양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했지만 어린 양 마빈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작고 왜소한 체구가 그 이유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마빈은 조금만 더 커지기를 바랐고, 곧 실행에 옮겼습니다. 친구들보다 조금 더 먹기 시작한 겁니다. 마빈은 조금씩 더 먹을수록 점점 더, 점점 더 커졌습니다. 곧 다른 양들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어오르게 되죠. 하지만 커지면 커질수록 마빈은 점점 더 커지고 싶었습니다. 점점 더 커지게 된 마빈은 숲을 먹어 치우고, 산을 먹어 치우고, 호수의 물을 전부 마셔 버립니다. 이젠 멈추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마빈은 멈추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조금만 더, 더!”라고 외칠 뿐이었죠.
동화는 점점 절정을 향해 갑니다. 마침내 마빈은 큰 대륙 한 덩어리를 먹어 버리고, 달나라로 뛰어올라 지구도 먹어 치웁니다. 지구까지 먹어버린 마빈은 그때야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정신없이 먹느라 보지 못했던, 외톨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굳이 동화라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가 봐도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특히 지구까지 먹어버리는 장면을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다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더 커지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더 먹기 시작하다 지구까지 먹어버린 마빈,
이 마빈이 단지 동화적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가 아니라
이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실재하는 인물이라면?’
‘아니, 그 마빈이 바로 나라면?’
마빈의 역사는 태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름다운 에덴 동산을 창설하십니다. 그리고 그 동산을 사람에게 맡기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창세기 2:8)
이렇게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에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대우는 파격적이었습니다.
1)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마음껏 먹을 것 (창세기 2:16)
2) 단,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는 먹지 말 것 (창세기 2:17)
이런 파격적인 대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제한 없이 모든 나무의 열매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초원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양들 틈에서 슬퍼하고 있던 마빈처럼 말입니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수백 개의 열매보다 먹지 못하는 단 한 개의 열매 때문에 말이죠.
‘조금만 더 먹고 싶어!’
‘저것마저도 먹고 싶어!’
결국 아담과 하와는 태초의 마빈이 돼버리고 맙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세기 3:6)
2. 더 커지고 싶은 우리
아담의 후손인 우리는 어떤가요? 금지된 열매 하나까지도 먹어버린 아담, 지구까지 먹어치운 마빈과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요? 지금부터 소개하는 몇 가지 통계와 사례들은 우리가 얼마나 마빈과 같은지, 아담의 후손이 확실한지를 알려줍니다.
[사례1] 오늘날 지구상에는 18억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수입에 의존해 극도의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 반면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인구는 가장 가난한 사람 57퍼센트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액수의 돈을 번다.
[사례2] 현재 지구상에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2007년 기아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같은 해 일어난 모든 전쟁의 사망자를 더한 수보다 많다.
[사례3]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500개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500개 기업 중에서 58퍼센트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다. 이들 500개 기업이 축적한 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33개국의 부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크다.
[사례4]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사람은 4억명이었으나, 현재는 8억 4,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사례5] 해마다 수천만 명의 인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기아 때문에 죽어간다는 건 우리 시대의 거대한 참극이다. 5초마다 열 살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온갖 풍요로 넘쳐나는데 말이다. 현 시점에서 전 세계의 농업은 120억 명 정도는 문제없이 먹일 수 있다. 120억 명이면 현재 지구 인구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러니 기아는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절대 아니다. 기아로 죽는 아이는 살해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례6] 2017년, 세계에서 가장 가진 것이 많은 85명의 억만장자들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 3,500,000,000명(35억 명)이 소유한 것을 모든 합친 것만큼의 부를 소유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사무총장은 이처럼 기막힌 현실을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했다. “버스 1대에만도 다 태울 수 있을 85명의 억만장자들이 인류의 가장 가난한 절반이 가진 것만큼의 부를 차지했다.”
위의 사례들은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 특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장 지글러(Jean Ziegler)의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더 커지고 싶어서 지구까지 먹어버린 마빈의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지금,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3. 나눔만이 우리의 살길
다시 동화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지구까지 먹어버린 마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혼자 남은 마빈은 나무와 넓은 초원, 친구들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지구와 그동안 먹은 모든 것들을 토해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낸 마빈은 작지만, 자신의 모습 그대로에 만족하며,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동화는 끝이 납니다. 제가 이 동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건, 마빈이 모든 것을 토해내는 장면입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세례요한이 외쳤던 그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누가복음 3장에서 세례 요한은 세례를 받기 위해 줄지어 나온 무리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누가복음 3:8)
이후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을 이어가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옷이 두 벌 있거든 한 벌은 나누어 주어라. 음식도 똑같이 그렇게 하여라 (11)
2) 세리들아 더 이상 착취하지 마라. 법에 정한 만큼만 세금을 거둬라 (13)
3) 군인들아 억지로 빼앗거나 협박하지 마라. 너희가 받는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14)
세례 요한이 제시한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바로 “토해냄”, 즉 “나눔”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커지려 하기 보다는, 남들과 함께 조금 더 나누라는 것이죠. 나눔이란 내 것을 다 챙긴 후에 남은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나눔이야말로 회개의 유무를 증명해줄 가장 명확한 열매이자 삶의 방식으로 여겨야 합니다. 우리 안엔 지울 수 없는 죄의 습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수백 개의 열매보다 먹지 못하는 단 하나의 열매에 집착하고, 그것마저 먹어 치운 탐욕의 후손이 바로 우리입니다.
혹시 우리 안에 “조금만 더 커지고 싶어! 조금만 더!”라고 외쳤던 마빈이 살고 있지는 않나요? 그 [조금]이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시 사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조금만 더 커지고 싶다”라는 욕망의 소리를 잠재우고, “조금 더 나눠야 한다”라는 높은 부르심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4. 한 번에 한 사람
오늘날 이 시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나눔이 절실한 때입니다. 물론 우리의 나눔으로 당장 세계를 가난과 기아에서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1]을 나누었을 때, [1]만큼은 가난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오늘부터라도 나눔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나눔을 시작한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반대편 사람들에게도 그 사랑이 전해질 겁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한 번에 한 사람
마더 테레사 (Mother Teresa Bojaxhiu, 1910-1997)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 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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